
먼저 내가 말할 수 있는 단 한가지는 식스 센스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알고보면 식스 센스이전에도 '알고보니 걔가 귀신이더라.', '알고보니 걔가 범인이더라.'라는 영화들은
사방천지에 깔려 있었다. 식스센스가 개봉하기 바로 1년전에 개봉했던 '여고괴담'도 그런류의 반전을 가진 영화였다. 알고보니 최강희가 귀신이 아니었던가? 웨스 크레이븐의 1996년작 '스크림'도 식스센스와 일맥상통하는 반전을 보여준다. 알고보니 남자친구가 범인이 아니었던가? '유주얼 서스펙트'는? 결국 그 어떤 것도 식스센스로부터 시작된건 없다.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말콤은 뛰어난 의사임을 상징하는 상을 받고 부인과 함께 집에서 자축연을 벌인다. 그런데 그 순간 말콤에게서 예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던 한 남자가 말콤을 총으로 쏘고 자신도 말콤의 집에서 자살을 한다.
이 사건이후 말콤은 자신의 무성의한 치료때문에 한 사람이 죽음으로 내몰린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 남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콜이라는 아이를 치료하기로 결심한다. 말콤이 만난 콜은 심각한 정신적 충격에 빠져있었다. 콜은 주변사람들을 경계하고 있었으며, 말콤또한 경계한다. 그러나 말콤의 노력으로 콜은 말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말콤에게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눈에 귀신이 보인다는 것이다.
콜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 말콤은 콜의 증상에 대해 연구하던 중에 자신에게 총을 쏜 남자를 치료할때 녹음했던 테잎을 듣게 되고, 그 테잎에서 자신과 그 남자이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게 된다. 결국 말콤은 콜의 말을 믿게 되고, 콜에게 귀신들의 말을 들어주라고 충고한다. 그날 밤 콜앞에 구토를 하는 귀신이 나타나게 되고, 콜은 그 귀신의 말을 처음으로 들어주게 된다.
한편 말콤의 가정은 파탄지경에 이르러 있다. 말콤의 부인은 말콤의 말을 들은척도 하지 않고, 말콤의 연구실로 가는 문을 항상 잠궈놓는다. 그리고 왠 젊은 남자와 이상한 관계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 모든것이 말콤을 괴롭게 하지만, 말콤은 콜을 도와주는데 전념한다.
콜은 구토를 하던 여자애의 장례식에 간다. 그리고 모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죽은 소녀가 우연히 찍어놨던, 비디오를 틀어준다. 그 비디오에는 계모가 아이를 죽이기위해 스프에 세제를 타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사건이후 콜은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고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된다. 말콤은 이젠 편해진 콜을 놔두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말콤이 부인곁으로 다가가자 부인의 입에서 입김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때 말콤의 머리에 콜의 말들이 스쳐 지나간다. "귀신이 다가오면 추워져요.. 그들은 자신들이 죽은 줄 몰라요...그들은 각자 무슨 이유때문에 저승으로 가지 않고 이승에 남아있어요..." 말콤은 총에 맞은 그날 죽은 것이다. 말콤 자신도 콜의 곁에 떠도는 귀신이었다는걸 알게된다.

육감. 혹은 여섯번째 감각. 과연 이 육감이란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이성을 지배하는 오감이외에 인간이 무시하고 있지만, 분명히 우리에게는 존재하는 것이 바로 여섯번째 감각일것이다. 영화는 이 여섯번째 감각을 따라가고 있다. 유난히 여섯번째 감각이 민감한, 혹은 발달한 범상치 않은 힘을 가진 소년을 따라가며 인간과 영의 세계를 적절하게 접목시키고 있다.
귀신이 순간순간 등장하며 사람을 놀라게 하긴 하지만, 식스 센스는 너무나 점잖은 영화이다. 그 흔한 컴퓨터 그래픽 하나 등장하지 않고 시끄러운 효과음도 별로 나오지 않는다. 단지 말콤과 콜, 그리고 콜의 엄마를 따라가며 일어나는 사건들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나열하듯 차분하게 보여준다. 반전영화들이 흔히 반전 자체를 숨기려고 시간의 순서를 섞거나(메멘토), 혹은 현실적인 세계와 비현실적인 세계의 경계를 확실하게 나타내지 않거나(아이덴티티), 플래쉬백과 같이 관객들의 추리를 유도해 헛다리를 짚게 만든후 의외의 결말을 내던지(유주얼 서스펙트), 뭐 하여튼 그런 과정들을 거치지만 식스센스는 이런 재주들을 부리지 않고 있다. 말콤이 총격당시 죽었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지 않냐고 물을 수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는 말콤이 귀신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줄수 있는 단서가 셀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나오고 있다. 단지 말콤의 장례식을 비춰주지 않았을따름이다. 뭐 사실 이 영화의 반전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철지난 이야기이긴해도 반전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왠지 몇 다리를 건너가는 느낌이 든다.
할리조엘 오스몬드와 브루스 윌리스이 연기도 괜찮다. 뭐 할리조엘 오스몬드야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쳤으니 쓸 말이 없고, 브루스 윌리스는 이런 드라마풍의 영화에서는 그리 신뢰받는 배우가 아니었지만, 의외로 차분하게 연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브루스 윌리스는 역시 특유의 농담과 재담이 없이도 충분히 연기를 잘 할수 있는 배우이다.
사실 식스센스의 반전을 두고 훌륭하다고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식스센스는 그 훌륭한 반전만을 가진 영화가 아니다. M, 나이트 샤말란은 영화를 진행시키는 내내 훌륭하게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다. 특이한 형식을 취하는 대신 영화를 정상적으로 이끌어가면서 관객들의 이완과 긴장을 적절하게 이끌어내고 있다. 특이나 이 영화의 정공법은 '너무나 정직해서' 어떻게 생각하면 우습기까지 한다. 귀신이 나올것 같은 분위기가 되면, 귀신이 꼭 나온다. 그리고 콜은 약속이나 한듯이 불아해하며, 이런 패턴은 이 영화를 통해 수없이 반복된다. 수없이 반복되는 이 패턴에도 우리가 지겨워지지 않는 것은 식스센스가 단순이 귀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식스센스 이후에도 M,나이트 샤말란의 영화에 주를 이루고 있는 가족,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주제가 식스 센스에도 녹아들어가고 있다. 결국 영화를 보는 우리는 말콤과 부인의 갈등, 콜과 어머니의 갈등과 그것들이 콜이라는 아이에 의해서 어떻게 조성되고, 해결되는지에도 무척 집중해야되는 것이다. 이런 가족드라마가 펼쳐지다가 갑자기 귀신들이 나오니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실 식스센스의 가족 드라마는 이 영화의 반전처럼 그다지 새롭지는 않다. 알 수 없는 특이한 능력때문에 주변, 혹은 가족으로부터 오해받고 소외받는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일에만 미쳐 가족을 소흘히하는 영화(겉으로 드러나는 말콤가족의 갈등)도 셀수없이 많다. 예를 든다는게 미친짓이다. 그러나 식스 센스는 이 이야기들을 스릴러와 절묘하게 섞고 있다. 가만히 떠올려보라. 이 영화는 귀신이야기를 빼면 온통 가족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이다. 콜이 도와주는 그 귀신소녀도 결국 가족내부의 갈등때문에 죽은 게 아니었던가? 마지막에 콜이 어머니에게 해주는 이야기들은 샤말란이 하려던 이야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화해와 용서, 그리고 이해에 대한 스릴러가 바로 식스센스이다.
각설이지만 콜의 어머니로 나오는 저 여자. 어디서 많이 봤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난 영화를 보는내내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뮤리엘의 웨딩'에 나오는 뮤리엘이었다. 헛.. 여자의 변신은 정말 무죄이긴 한 모양이다.
== 역시나 식스센스이후 나온 반전영화중 괜찮았던 영화는 비슷한 반전구조를 가진 "디 아더스"가 아닐까한다. 다음엔 "디 아더스"에 대해서 써볼까나....
이상 윤가라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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