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본 영화 중 최고의 작품, 어톤먼트.

 

 

대체 이 영화를 몇 번이나 보는 건지 모르겠다. 벌써 다섯 번쯤? 보고 또 봐도 감탄만 하게 된다. 그런데 영화 정보를 보고 약간 의아했던 게.... 어째 분류된 장르가 로맨스와 전쟁이다? 부수적인 상황과 관계를 두고 마치 그것이 이 영화의 전부인 듯 말하는 것에 좀 당황했다. 그리고 저 포스터!! 마음에 들지 않아!! 'Atonement' 의 단어 뜻만 생각해도 그 앞에 '영원한 사랑의 약속' 이라는 수식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 텐데... '기다림이 아플수록 사랑은 깊어집니다' ? 영화 홍보사도 참 요령 없다. 아니, 이 경우에는 너무 요령을 부렸다고 해야 하나. 팔기 위해 억지로 끼워맞춘 건 좋은데... 그럴수록 이 영화에 대한 호응도가 낮아진다는 걸 모르나. 애절한 로맨스와 스펙터클한 전쟁 씬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낭패감 밖에 느끼지 않을 거다. 작품이 말하는 건 전쟁에 휘말린 연인의 슬프고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네, 제 눈으로 그를 봤어요.

 

 

한 마디도 안할게
이제 아무 말도 안 할게. 약속해.

 

 

I'm very very sorry.

 

잠을 곤히 자.

 

어떤 바보 같은 소녀의 이야기야.
침실 창가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걸 보는데 자기는 이해한다고 생각해.
아마 끝마치지 못할 거야.

 

 

어떻게 써야할지를 몰랐죠.

 

그래서 이 책을 쓸 수 있었어요. 그래야 했죠.

 

 

 

돌아와. 나에게 와.
이야기는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난 돌아갈 거야.

 

 

대사 하나하나가 대박. 왜 인물들이 그 말을 해야만 했는지,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숨이 턱턱 막혔다.

 

 

 

개인적으로 가장 끔찍했던 장면. 이 배우의 연기는 정말 소름이 끼친다.

 

 

 

 

 

 

 

 

 

 

 

 

 

영화관에서는 어땠는지 모르나, DVD로 보면 마지막에 Atonement 라는 타이틀이 뜨고, 그 후에 At-One-Ment 라는 타이틀이 뜬다. 안 그래도 눈물 철철 흘리며 보고 있었는데, 그 자막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ment' 라는 단어에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moment'. 단 한 순간, 찰나의 실수가 주인공들의 인생에 미친 거대하고 끔찍한 영향, 그 '순간' 이 없었더라면 겪지 않았을 평생에 걸친 속죄.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되묻게 된다. 나는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일들만을 하고 살았느냐며. 대답은 '아니오' 다. 그렇기에 주인공 하나하나의 인생에 큰 공감과 아픔을 느낀 것이리라.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 비극이 정말 브라이오니의 한 마디에서만 비롯된 것인지. 로비가 편지를 잘못 가져가지만 않았더라면, 그 편지를 브라이오니에게 맡기지 않았더라면, 세실리아가 핀을 그곳에 떨어뜨리지 않았더라면.... 결국은 브라이오니도 피해자가 아닐까? 그 순간들이 모여 탄생한 비극이 마치 그녀만의 잘못인 것처럼, 그녀가 평생 속죄해야 할 일인 것처럼 만들어진 것이 몹시 못마땅하다. 물론 그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 직접적인 원인은 어린 소녀의 철없는 호기심과 오만, 혹은 질투에서 비롯된 두 번의 실수다. (편지를 읽은 것, 틀린 증언) 그러나 어쩌면 '그들' 로 부터 기인한 실수가, 그녀의 평생을 속죄 속에서 살게 할 만큼 큰 것이었을까? 그리고 두 사람의 인생과, 그 인생들을 향한 수십 년의 속죄 중 어느 것의 무게가 더 클까?

 

그녀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는 '끝마치지 못할' 이야기를 작가로서의 죽음을 앞두고 마침내 써냈다. 그녀의 뇌가 멈추기 전,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그들을 기념해야만 했던 것일 거다. 하지만 '친절함을 베풀었다' '그들에게 행복을 선사했다' 라는 말을 하는 그녀의 주름 가득한 얼굴은 아직도 죄책감을 말하고 있었다. 아마 그녀는 병으로 인해 혼자만 그 기억에서 해방되는 것이 미안했을 것이다. 두 사람의 마땅히 행복해야 할 시간들을 빼앗은 죄를 잊어간다는 것이 결코 홀가분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속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에 이르러서야 로비와 세실리아에게 행복을 누리는 결말을 주었다. 그것이 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마지막이 아니고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일 테니까.

 

난 이제 죽음을 앞둔 '소녀' 에게 그만 면죄부를 주고 싶다. 인간 중 어느 누가 자신의 모든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을까. 너무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온 그녀가 부디 평안하기를. 영면에 든 두 사람도 이제는 브라이오니의 남은 시간이 행복하기를 기원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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